DAY 1~46

때는 2018년 12월 31일 넘쳐흐르는 잉여함을 주체할 수 없던 저는 앗! 그러면 게임을 하면 되잖아! 라는 생각으로 이 게임을 깔았습니다 이유는 딱히 없고요 그냥 처음으로 생각나는 게임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카페베네)

사실 전 컴퓨터 게임보다는 닌텐도 파여서요, 연말마다 포켓몬 신작을 기다리다가 약 한 달 정도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한 길을 떠나서 리그를 깨고 도감을 다 채우고 씹뜯맛즐 다 하는 게 저와 게임의 얼마 안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렛츠고 시리즈를 스위치까지 사가면서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챔피언 여정을 하지 못했네요. 어쩌면 제가 심심함에 못 이겨 로보토미를 하게 된 것은 렛츠고가 쏘아올린 작은 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로는 게임 내 스크린샷과 온갖 스포일러, 그리고 제분노와 화염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읽는 데 참고 바랍니다. 

저는 사실 이 단계에서 도망가야 했습니다. 튜토리얼까지 있어서 상당히 친절한 게임이구나 싶었는데 그냥 게임이 평범하게 굴러가기 위해서 숙지해야될 요소가 자기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많으니까 집어넣은 단계였잖아요 

세상에 제가 지금 게임 메뉴얼을 보고 있는 겁니까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를 보고 있는 겁니까?

이 대사 처음 볼 때 3일차에 징벌새한테 쪼여서 처음으로 직원이 죽고 조용히 리셋한 경력이 있는 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이 게임도 모 지하세계에서 괴물들이 활개치는 게임처럼 제 행동을 기억하고 대사치는 줄 알았거든요. 관리직은 커녕 사무직 한 명도 안 죽이고 4일차에 도달해도 이 대사가 나오는 걸 보니 그냥 고정이었나봅니다. 이쯤되면 한 명 쯤 죽여 봤겠지ㅎㅎ 하면서 넣은 대사일까요? 악랄하기 그지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무직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관리직 목숨은 모기 목숨인 이 게임에서 제가 왜 자체 하드모드 플레이를 감행했는가?

이 회사는 꿈도 희망도 목숨도 없는 최강의 블랙기업이었다는 건 몇 시간 플레이 해 보지 않고 알 수 있었습니다. 

직원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고 해서 세피라 친구들까지 직원을 파리 취급하고 있잖아요. 

이상 직원의 사망이 즐비하는 기적의 회사,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다들 박수 주세요!

피지배계급인 관리직과 사무직들이 지배계급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희생양이 되어 갈려나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니.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제 안의 마르크스가 깨어나서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을 외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다들 왜 저한테 이 글러먹은 시스템에 익숙해지길 강요하는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이 시대가 낳은 반항아

이 비관에 찌든 블랙기업에 희망이 쏘아올린 큰 공을 먹여보도록 하죠

회사가 이렇게 윤리적으로 글러먹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엔딩에는 분명히 회사가 붕괴하든 망하든 하는 해피엔딩을 보여주겠죠?

그렇다면 엔딩까지 모든 직원을 생존시켜 데려간다면 

회사가 문을 닫을 때 직원들 퇴직금 두둑히 챙겨줘서 집에 돌려보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명감이고 나발이고 그들은 그 월급쟁이 하루살이 프롤레타리아에 불과한걸요.

자기만족에 불과할 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제가 이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거니까요.

...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46일차까지 왔지만 도저히 클리어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는 어스름의 시련 깨기 싫어서 말쿠트도 코어 제어 안하고 내려왔거든요. 그런데 46일차 들어가서는 

아무런 미션도 진헹 못하게 막아버려서 자체 2회차 해야되나 싶었죠. 그래도 얼마 안 남았으니 50일까지 채우고 가려고 했으나.... 

ㅎ...ㅎ.... 못...해먹겠습니다.......

자정은 커녕 정오도 못 넘기겠어요.... 하얀 해결사...죽인다.....

보아하니 이 분이 사장님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싸장님 말씀은 자다가도 새겨 들어야죠.ㅎㅎ 전 준비가 덜 됐나봅니다.

46일까지 오는 게 힘들었긴 하지만 더이상 게임 시작하자마자 기생수 관리 인력이랑 열차 벨튀 인력을 

빼놓고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게 상상만 해도 굉장히 짜릿하군요. 

열차 관리 계속 까먹어서 핸드폰으로 타이머 맞춰두고 했더니 

게임 안 할 때도 핸드폰 알람음이 환청으로 들려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관리자가 패닉에 빠졌을 때 누가 White무기로 회복시켜주나요?

기생수 급행열차 파고드는천국 안녕!

직원들은 다른 의미로 퇴근시켜줬군요.

이야~ 해피엔딩이네요 다른 의미로

저만 빼놓고 다 해피하네요

그럼 저도 이제 해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문프로젝트?

엔딩주세요

1회차 46일까지 전일 S랭크 달성하고 오는데까지 걸린 시간 : 

                                               엔

   딩

                                                                         줘